🪷 불교 야화제 17야
마음을 꺼내어 놓아라
달마대사에게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달라 청하던 혜가가 '마음을 꺼내어 놓으라'는 가르침 끝에 괴로움의 실체를 깨닫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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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의 겨울은 호되게 차가웠습니다.
동굴 안에서는 한 승려가 9년째 벽만 바라보았습니다. 달마였습니다.
동굴 밖 눈밭에는 한 남자가 밤새 서 있었습니다. 혜가였습니다.
가르침을 청하였으나 달마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옛 성인은 목숨 바쳐 법을 구하였다. 어찌 얕은 마음으로 가르침을 바라느냐."
혜가는 주저 없이 칼을 빼 들었습니다.
자신의 왼쪽 팔을 잘라 눈 위에 바쳤습니다.
흰 눈 위로 붉은 피가 번져 나갔습니다.
그제야 달마가 천천히 몸을 돌렸습니다.
"무엇을 구하느냐."
혜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뢰었습니다.
"제 마음이 늘 불안합니다. 부디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달마가 말했습니다.
"그 불안한 마음을 이 앞으로 꺼내어 놓아라. 그러면 내가 편안하게 해주마."
혜가는 멈칫했습니다.
안으로 시선을 돌려 불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끌어낼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음을 찾아보아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가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느니라."
되새김. 붙잡을 수도, 꺼내어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을 우리는 밤새 품고 괴로워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불안에 온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밤, 당신이 쥐고 있는 그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실체 없는 괴로움을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봅니다.